고성능 GPU가 비밀번호를 깨뜨리는 시대
RTX 5090 암호 해킹까지 바꿔놓다
그래픽카드가 단순히 게임 성능을 좌우하는 부품이라는 인식은 이제 오래된 생각이다. 최근 공개된 NVIDIA RTX 5090의 벤치마크 결과는 게임과 인공지능 학습을 넘어서 사이버보안 분야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성능이 좋다는 의미를 넘어 실제로 비밀번호 크래킹 속도에서 전례 없는 결과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번 실험은 Hive Systems라는 보안 전문 업체에서 진행한 것으로, 총 12개의 RTX 5090을 사용한 테스트에서 단순한 8자리 숫자 비밀번호는 불과 15분 만에 크래킹되었으며, 단일 RTX 5090만으로도 약 3시간 안에 처리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Hive Systems는 주기적으로 고성능 GPU를 이용해 해시 기반 비밀번호를 얼마나 빠르게 해독할 수 있는지를 벤치마크해왔다. 지난 2024년에는 RTX 4090을 중심으로 한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2025년에는 RTX 5090을 중심으로 새롭게 테스트를 실시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동일한 조건에서 RTX 5090은 RTX 4090 대비 최대 2배 빠른 속도로 해시 해독을 완료했다. 단순한 숫자 8자리 비밀번호가 단 몇 분 만에 뚫린다는 것은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문제다.
비밀번호 크래킹은 단순히 암호 그 자체를 해독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유출된 패스워드 해시 값을 대상으로 가능한 모든 문자 조합을 대입해 일치하는 값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GPU는 이러한 작업에 최적화된 병렬 연산 성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조합일수록 그 처리 속도가 놀랍도록 빨라질 수밖에 없다. Hive Systems는 이번 테스트에서 다양한 형태의 비밀번호에 대해 크래킹 소요 시간을 측정했다.
예를 들어 숫자만으로 이루어진 8자리 비밀번호는 RTX 5090 12개를 병렬로 운용할 경우 15분 이내에 해독 가능했다. 소문자 조합만으로 구성된 8자리 암호는 3주 정도 걸렸으며, 대소문자와 숫자, 기호까지 섞은 복잡한 12자리 비밀번호는 최대 62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해시 크래킹이 GPU 병렬 연산에 얼마나 의존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러한 테스트 결과는 일반 사용자뿐 아니라 기업 및 기관에게도 큰 의미를 가진다. 대부분의 웹사이트와 서비스는 비밀번호를 직접 저장하지 않고 해시 처리된 형태로 보관한다. 이 방식은 해킹으로 데이터베이스가 유출되더라도 사용자의 실제 비밀번호는 노출되지 않게 하는 일종의 방어책이다. 하지만 GPU 성능이 높아짐에 따라 해시값을 대입 방식으로 해독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단순하거나 반복적인 형태의 암호는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
Hive Systems는 이번 실험을 통해 사용자가 얼마나 복잡한 조합의 비밀번호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보안의 수준이 결정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숫자만 혹은 소문자만으로 구성된 짧은 암호는 최신 GPU 앞에서 무력하다. 반면 대소문자, 숫자, 특수기호를 혼합한 긴 비밀번호는 여전히 효과적인 방어책이 될 수 있다. 실험에서 사용된 RTX 5090은 현재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연산 능력을 지닌 GPU 중 하나이며, 1개 GPU로도 단순 해시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RTX 5090의 뛰어난 암호 해독 성능은 향후 보안 업계가 마주할 수 있는 새로운 위협을 예고한다. 특히 기업 내부 시스템이나 고객 정보 DB가 유출될 경우, 해시 처리만으로는 완전한 보호가 어렵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따라서 보다 정교한 보안 대책이 요구된다. 다단계 인증, 생체 인증, 그리고 무작위 솔트를 통한 해시 보호 등 복합적인 방어 조치를 병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한편 RTX 5090은 이와 같은 성능을 바탕으로 AI 학습, 생성형 모델 연산, 병렬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암호 해독이라는 민감한 주제에서도 이렇게 강력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보안 기술의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Hive Systems는 단순히 GPU의 스펙을 넘어서 실질적인 보안 위협 모델링을 위한 지표로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으며, 향후 공개될 RTX 5090 관련 벤치마크 보고서는 기업 보안 담당자들에게도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RTX 4090이 숫자 8자리 해시를 약 6시간에 처리하던 것을 RTX 5090은 단 3시간 안에 끝낸다는 점은 세대간 발전이 단지 게임 프레임 속도만의 문제가 아님을 의미한다.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비밀번호도 GPU 발전에 따라 더 이상 '안전한 보호막'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실험은 분명히 경고하고 있다.
결국 핵심은 비밀번호의 ‘길이’와 ‘복잡성’이다. Hive Systems는 이번 테스트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가능한 한 12자리 이상, 대소문자 및 숫자와 특수기호를 혼합한 비밀번호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기업 보안 관리자 역시 GPU 기반 공격을 고려해, 패스워드 기반 인증 시스템만으로는 부족함을 인지하고, 다층 보안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NVIDIA RTX 5090의 성능은 단순히 신기술을 넘어 우리의 일상과 보안 체계 전반에 변화를 요구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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